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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글은 퍼오게 됩니다. *갤에는 다른 훌륭한 글들이 많지만 제 기준에서는 이 글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었습니다. 벨베틴 래빗을 읽고 저자 마저리 윌리엄스를 찬양 혹은 비난하고 싶다는 충동과 이 책은 너무 위험하니 금서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홀로 주장하고 싶은(ㅋㅋ) 자아 분열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었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버무린 글을 보니 감탄스러웠었지요. 신고를 할 곳이 없어 허락받을 길이 없으니 작은 기대님 혹은 그 주변분들께서 혹시라도 이 글 보시고 내리길 원하시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강모 유원박사 타입의 독서 취향 (넷캐스팅을 들으니 더 확실하게 보임)을 가진 사람들 역시 절대 쓸 수 없는 유형의 글이지요. 묻혀서 사라지기 전에 퍼두고 두고 두고 감상하렵니다. 쓰여진 시점의 예상도 실제 엔딩하고는 백만 광년 차이가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제 취향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종 격투가들이 좋습니다. 원본 링크: http://kr.dcinside17.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gung&page=1&sn1=&divpage=10&banner=&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2144| 이 름 | 작은기대 |  | | 제 목 | 군주론 - 혹은 '진짜'가 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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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럼 '진짜'가 되면 되잖아.
"우리는 말야, 직업배우와 그다지 다를게 없어." 15회에서 신이 하는 말이죠. 율의 표현은 한발짝 더 나가요. "황실은 국민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값비싼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일수도 있구요."
"황실은 유명무실한 존재라는거잖아요?"라고 불만스러워하던 율이나 "내 삶이 모두 가짜인것만 같았어."라고 고백하던 신이나 느끼는것은 비슷한거죠.
그런데, 거기서부터 두 사람은 달라져요. 신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황태자의 자리를 떠남으로써 '진짜'가 되려 하고, 율은 명실상부하게 강력한 황실을 세우는 황제로서 '진짜'가 되려 하는거죠.
2. '진짜'가 되는 방법
마저리 윌리암스의 <우단 토끼> (좀더 정확하게는 '벨벳 토끼'지만... 원제는 'The Velveteen Rabbit - or How Toys Become Real')라는 동화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장난감방에서 주인공인 토끼 인형이 낡은 가죽말에게 묻지요. "진짜가 뭐야? 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고 손잡이가 튀어나온 거, 그런 거야?" 그때, 현명한 가죽말이 대답해요. "진짜라는 건 어떻게 생겼는가에 달려있는 게 아니야. 그건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 거란다. 어떤 아이가 너를 오래오래 사랑해 주면, 그냥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정말로 너를 사랑하면, 그러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때, 어린 마음(초등학교 5학년때였나)에도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15회의 율과 신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에게도 이 책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요.
황실의 위상을 지금과 다르게 바꾸는 게, 황태자의 자리를 다른 사람과 바꾸는 게, 널 '진짜'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야-라구요.
그런데 제가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 저 짧고 인상적인 동화에서 말하는 '진짜가 되는 방법'을 신에게 들려주는 사람이 있네요. "국민들을 모욕하지 말라구. 우린 진심으로 황실을 사랑했구, 황제 폐하를 존경했구, 미래의 국왕인 너를 자랑스러워했다구."
(율의 '강력한 황실론' 또한 채경의 이 말로 충분히 반박 된다고 생각해요.)
3. '진짜'가 되기까지
최근 부각되었던 '혜명여황(女皇)설'이나 '신율분배설'(신과 채경이 이루어지고, 율은 황제가 되고) 등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15회와 16회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저는 더욱 황제가 될 사람은 신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뿌린 밑밥으로 봐서는 그렇습니다. 물론 나중에 뒤집어엎고 내용 바꿔버린데도 할말은 없지만) 16회의 신은 이현 황제에게 자질 문제로 폭언에 가까운 말까지 듣긴 합니다만...
이현 황제의 형 효열 황태자는 혹시 온화하고 우유부단한 동생과는 달리 명석하고 냉철한 사람이었을까요? 치밀하고 뛰어난 형 앞에서 이현 황제는 형을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한편으로 자신을 탓하고 비하했을까요? 혜정전이 자신을 버리고 형과 혼인했을때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형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그저 자신을 나무라며 쉽게 체념하고 만걸까요? 그런 마음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황제가 된 이후에는 더욱 엄격하게 자신을 혹사하며 병을 얻기까지 이른것일까요? 어쩌면 효열 황태자도 그를 빼어닮았다는 율처럼 강력한 황실의 통치를 꿈꾸었던걸까요? 그래서 형이 죽고 없는 지금 황제는 형을 닮은 율에게 신뢰가 가는걸까요? 그리고 그만큼 더 자신을 닮은듯한 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걸까요?
(반쯤 농담삼아 율이 자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황제가 그렇게 아끼는게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황제 폐하의 그런 태도야말로 율이 황제의 아들이 아님을 분명히 알려주는것이라 생각해요. 학교 다닐 때 공부로 도저히 따라갈수 없었던 친구 녀석이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둘 다 자식을 낳아 키우다보니 자신의 아들 또한 친구 녀석의 아들보다 성적이 낮을때, "이 녀석아, 누구 좀 본받아 봐라~ 걔는 시험만 치면 1등이란다~ 걔들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걔는 예의도 바르더라~ 어쩌면 그리 키도 크고 얼굴도 훤한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친구 아들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러나 현재로선 황제가 될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신이지만,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했다는 말처럼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고 있다가 한번 날면 하늘까지 이를 것이고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하는 (飛則衷天 鳴則驚人) 새가 될거예요.
신에게는 '진짜'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진짜'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현 황제와 황후 민씨처럼 일방향으로 바라보고 신경 쓰는 것이 아닌, 강력한 전제 왕권이 일방적으로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 아닌, 양방향으로 소통하면서 믿고 아끼고 사랑하며 마음으로부터 군주로 인정하는 그런 황제가 될거예요. 국민들에게. 그리고 채경이에게.
4.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진짜가 되는건 아파?" 토끼가 물었어요. "어떤 때는." 가죽말은 대답했어요. 그는 언제나 이처럼 진실했지요. "하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아." 토끼는 중얼거렸어요. "그게 태엽을 감을 때처럼 단번에 되는 거야?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되는 거야?”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차차 되는 거야.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러기에 쉽게 망가지는 이들이나, 뾰족하게 모가 난 이들, 그리고 살살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질 않는단다. 대개 진짜가 될 때쯤에는 하도 쓰다듬어져서 털이 다 닳아 없어지게 되고, 눈도 망가져버려. 그리고 몸 마디마디가 헐거워지고 아주 초라하게 되지. 그래도 아무렇지 않아. 왜냐하면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다시는 미워질 수가 없거든.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한테는 말고 말이야."
신을 황제로 인정하듯 처음부터 주지훈씨를 신으로 인정한건 아니었어요. 결사 반대를 외친것도 아니었지만, 처음에 공개되었던 사진은(그 녹색옷에 막대 사탕 든) 썩 황태자스러워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만화도 안 봤고, 드라마 자체에 별다른 기대를 갖고 있지 않기도 했지만.
그런데 우연히 눈에 띈 1회 캡쳐 화면의 미술에 낚여 2회부터 보기 시작했다가 3회의 친영례 장면에서 처음으로 주지훈씨의 모습이 황태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람이 신의 역할을 한다는건 생각할수도 없어요. 주지훈씨가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건 물론 아니지만, '진짜' 신을 보여주고 있는걸요.
율과 채경, 효린도 마찬가지... 연기에서 느끼는 아쉬움들이 있지만, 그들 모두는 제게 있어 '진짜'가 되었고,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순간순간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연기가 흔들리는 장면이 있어도 제게, 그들이 다시 '가짜'가 되어버리는 일은 없어요. 물론 이해할수 없는 사람들에겐 그런 장면들만 눈에 띌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동화가 말하듯 진짜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지요. 우리의 주인공들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거예요. 물론 앞으로도... 궁 속의 황족들이 자신만의 비밀을 갖기 힘든것처럼 궁 밖의 연기자들도 연예인의 길을 선택한 이상 여러가지로 시달리고 고달픈 일도 많을거고 이미지가 망가지거나 닳는 일도 있겠죠. 하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동화속의 토끼 인형처럼 '진짜'가 되기 위해 많은걸 감수하고 이 길을 택했으리라 생각해요.
신이 채경만의 황제가 아니라 온국민의 황제가 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는것처럼, 궁의 연기자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가 되기를 기다릴게요. 더 믿고, 아끼고, 사랑하면서.
4줄요약
혜명여황설? 신율분배설? 이신 '양수겸장(兩手兼將)설'에 올인하는고다. 사랑을 얻은 자- 사랑으로 '진짜'가 된다, 라고 가죽말이 말했다. 진정한 군주란 마키아벨리 식이 아니라 신채경 식? 우리의 '진짜' 주인공들, 모든 사람에게 '진짜'가 되는 그날까지 달료~ 때로는 아프겠지만.
<우단 토끼> 전문 링크 http://www.iicl.or.kr/menu1/1_8.asp?num=115&idx=0&Pages=1&ttl=&f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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